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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2월 보름,  달빛이 산책을 하는 나를 따라 다닌다.

깊고 은은한 빛에 잔잔한 향기가 날 듯 달무리까지 검은빛 하늘에 번져 있다.

올림픽 공원 몽촌 토성길을 따라 오색빛 가득한 네온 싸인에 쌓여져 있는 공간을 걸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 사이에 내 자신 또한 섞여져 있다.

긴 머리를 가진 느티나무 사이에 걸친 달빛, 마치 초롱불빛을 박아 놓은 듯 하구나.

꿈꾸는 한 아이의 가슴에 사르르 들어와 잠이 들게 할 것 같기도 하다.

꿈꾸는 소년, 그 소년이 어른이 되어 길게 놓여진 토성길을 한 발작씩 흔적을 남기고 있다.

다시 노인이 되어 한 발작씩 흔적을 녹이겠지.

흘러가는 건 바람에 섞여진 노래와 같다.

정적이 흐르는 밤, 그 흐르는 밤을 휘몰아치는 잔 바람이 땅을 스쳐 달빛을 넘고 별빛 사이를 떠돈다.

손을 허공에 위치시키고 총총 박혀진 별빛을 따라 저어 본다.

차가운 바람이 손끝을 스치다 빈 가지 사이로 삭으라 들며 노래 부르는 구나.

나를 따라오라고,

나를 불러보라고,

그리고 나를 잡아 보라고...

이미 가슴 속으로 들어와 있는데, 어디를 향해 가냐고 혼잣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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