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 든다.

아직까진 겨울이 여운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지난 겨울, 우연히 스친 한 사람이 있다.

어떤 감정도 불어 넣을 수 없는 상태로 변해버렸지만,

그가 있어서 조금은 따스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주저리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타고 잠실까지 갔다.

잠실역 부근에서는 롯데 초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두터운 옷을 입은 사람들 무리가 신호등을 오고 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방 가구를 보러 롯데 백화점 7층에 갔었다.

고풍스런 풍의 가구들이 즐비하다.

딱 이거다 란 느낌을 받는 가구는 없었다.

멋진 거 보다는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원 한다.

복잡해 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리라.

값어치 나간다고 모두 좋은 물건은 아닌 것 같다.

저마다 자신의 주인을 만나야 그 멋을 뽐내는 것 아니겠나.

한 시간 가량을 둘러 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약간은 어둑 어둑 해지고 있다. 

앙상한 나무 가지들 사이로 연둣빛 싹들이 아장 걸음을 하고 있다.

볕이 조금만 더 따스해지면 서로 경쟁하듯 예쁜 얼굴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문득 지난 겨울을 돌아 보게 된다.  아직 포장을 한 SENS의 CD가 한 장 있다. 

그 사람에게 주려고 구입해 두었던 CD, 주인을 잃고 책상 서랍 안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듯 하지만, 특별하고 싶었던 그 사람이였기에,

특별한 듯 하지만, 평범하고 싶었던 내 자신이였기에 서로 생각하는 것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이 아니였구나.

허탈한 웃음이 번지는 사이, 다시 날개를 펴고 저 푸르른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더 높이 올라서 많은 것들을 보면 내 자신도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그 인연의 고리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기란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사람 살이가 모두 그런 것 같구나.

쉽게 이뤄질 듯 하다가도 이뤄지지 못하고 어느새 엉겨 버리곤 하지.

부픈 가슴으로 사랑한다 고백할 수 있는 좋은 때가 올 것이다.

올림픽 공원 몽촌 토성길을 걷다 보면 남한산성과 정확히 마주 보는 지점이 있다. 

그곳을 함께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세상에는 멋지게 만들어진 공간이 어마어마 하게 많이 있다.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잘 만들어진 공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늘 걸어가는 공간이라도 정겨움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따스한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면 좋지 아니할까.

늘 평범하지만 정겹고 따스함을 꿈꾸게 된다.

728x90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월 어느날에  (0) 2013.04.19
유난히 차가운 이천십삼년 사월  (0) 2013.04.11
꿈꾸는 소년 2013년 3월 26일 달빛 사이를 걷다.  (0) 2013.03.26
오년 후에는  (0) 2013.03.13
어느 봄날 진한 커피향  (0) 2013.03.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