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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 든다.

아직까진 겨울이 여운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지난 겨울, 우연히 스친 한 사람이 있다.

어떤 감정도 불어 넣을 수 없는 상태로 변해버렸지만,

그가 있어서 조금은 따스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주저리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타고 잠실까지 갔다.

잠실역 부근에서는 롯데 초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두터운 옷을 입은 사람들 무리가 신호등을 오고 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방 가구를 보러 롯데 백화점 7층에 갔었다.

고풍스런 풍의 가구들이 즐비하다.

딱 이거다 란 느낌을 받는 가구는 없었다.

멋진 거 보다는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원 한다.

복잡해 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리라.

값어치 나간다고 모두 좋은 물건은 아닌 것 같다.

저마다 자신의 주인을 만나야 그 멋을 뽐내는 것 아니겠나.

한 시간 가량을 둘러 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약간은 어둑 어둑 해지고 있다. 

앙상한 나무 가지들 사이로 연둣빛 싹들이 아장 걸음을 하고 있다.

볕이 조금만 더 따스해지면 서로 경쟁하듯 예쁜 얼굴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문득 지난 겨울을 돌아 보게 된다.  아직 포장을 한 SENS의 CD가 한 장 있다. 

그 사람에게 주려고 구입해 두었던 CD, 주인을 잃고 책상 서랍 안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듯 하지만, 특별하고 싶었던 그 사람이였기에,

특별한 듯 하지만, 평범하고 싶었던 내 자신이였기에 서로 생각하는 것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이 아니였구나.

허탈한 웃음이 번지는 사이, 다시 날개를 펴고 저 푸르른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더 높이 올라서 많은 것들을 보면 내 자신도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그 인연의 고리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기란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사람 살이가 모두 그런 것 같구나.

쉽게 이뤄질 듯 하다가도 이뤄지지 못하고 어느새 엉겨 버리곤 하지.

부픈 가슴으로 사랑한다 고백할 수 있는 좋은 때가 올 것이다.

올림픽 공원 몽촌 토성길을 걷다 보면 남한산성과 정확히 마주 보는 지점이 있다. 

그곳을 함께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세상에는 멋지게 만들어진 공간이 어마어마 하게 많이 있다.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잘 만들어진 공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늘 걸어가는 공간이라도 정겨움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따스한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면 좋지 아니할까.

늘 평범하지만 정겹고 따스함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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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말하기엔
아련히 아파오는 기억이
가슴을 짓누르는 슬픔이 된다.
빗줄기에 기억들이 씻겨지는 것 같지만,
사랑이 어디 그리 쉽게 지워질 수 있을까?
그 향기에 베인 추억들은 넓은 대지에 스며,
걷고 또 걷는 발자국마다
깊게 패인 늪처럼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당긴다.
한 순간의 기억이 마치 많은 시간 속을 달리는 열차가 되어
한 없이 길게 놓여진 가슴속을 뒤 흔든다.
아파하며 그리워하는 것이
손발이 찢겨지며 붉은 피를 흘리는 것과 어찌 다르겠는가?
사랑이란 아픔과 기쁨이 될 수 있는 마음인 것을
어찌 맑은 빗줄기에 씻는다하여 씻겨지겠는가?
그리움이란 미련한 기다림인 것을
목놓아 울어본들 그 슬픔이 보여지겠는가?
그리움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면
아파했던 만큼,
참아 왔던 만큼,
사랑을 기다리는 불빛이 되어
사랑을 가꾸는 커다란 장미꽃핀 정원이 되어
깊게 고인 맑은 호수를 달리는 바람을 따라
맑게 스치는 속삭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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